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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무개 9급 주무관, 공무원 의원면직 후기 (1) 절망편

공무원 의원면직, 하기 쉽다.

동사무소(행정복지센터, 주민센터, 동주민센터, 읍사무소, 면사무소 등)부터 구청까지 

약 3년간의 공무원 생활을 마감했다. 

첫 1년부터 퇴사하고 싶었다.

부모님, 주변인의 만류에 지쳐 겨우 겨우 버텨 내었지만, 마음속에 품어둔 사표는 사라지지 않았다.

속에 항상 시한폭탄을 안고 지냈다. 누가 라이터만 켜면 터질 것이었다.

그리고, 어떠한 사건이 트리거가 되어 모든 것이 빠르게 나의 퇴사 결정을 도왔다.

의원면직 신청.

결정은 구만리지만, 면직 처리는 일사천리다.

열흘만에 의원면직 처리 공문이 왔다!!

(지자체마다 상이하다. 2~3주 소요가능. 퇴사를 상상할 때 뻘쭘하게 사직서를 내밀다가 반쯤 혼나는 상상을 하며 포기하는가? 물론 한 마디씩 얹겠지만 신청하면 해준다. 정신적으로 대면이 불가하거나, 일신상의 문제가 있다면 병가, 휴가를 이용해서 우편으로 제출할 수도 있다. 보통 본청의 인사과에 제출하고, 거기서 공무원 비위사실 조회를 하게 되는데, 별 거 없다. 일 하는 동안 나쁜 짓 안 했잖아?! 일반적으로 문제없이 패스다.)

 

9급 공무원 그만두면 아까운가?

뭐 앞으로 구구절절 의식의 흐름대로 티스토리에 신세한탄을 하겠지만..

안아깝고 너무 후련하다!!

2년간의 공시생 기간 동안 준비하고 기대했던 모든 것들이 아깝지 않을 만큼

3년간의 현직 공무원 생활에서 공무원이 무엇인가를 충분히 경험했다. 

 

공무원 퇴사 후 블로그 왜 쓰나?

1. 퇴사를 하고 싶은 그 누군가에게는 글로 간접체험을 하며 잠시나마 해소가 될 수도 있다.

2. 글로 보는 걸로도 안풀려서 직접 해봐야 할 수도 있고, 아 보니까 나는 다녀야겠다 싶을 수도 있고, 고민을 하는 많은 나와 같은 MZ세대 공무원들의 결정에 도움을 줄지도 모른다.

3.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기 전, 준비하는 중에 마음의 준비나 결정을 돕고자.

4. 무튼 나는 내가 그동안 느낀 바를 어디에든 써야만 병이 안날 거 같아서 난생처음 티스토리 블로그를 팠다.

  생각을 정리하면서 모든 것을 훌훌 떠나보내고, 글로 심리 치료도 하고, 운 좋으면 애드센스 달고 돈도 벌면 좋다.

  '공무원 시험 준비생 + 현직 공무원'이라는 내 인생의 중요한 목표이자 타이틀이었던 것을 내려놓고 다른 꿈을 꾸는 발판을 마련한다. (선퇴사 후고민ㅋㅋ)

 
공무원 사회에서는 모난 정 돌 맞는다. 본인이 못 버틴다.

모난 정이었던 나는 싫은 게 너무 많았다.

어디서부터 잘못 되어 전해져온건지 알 수 없는 일 처리방식과 문화, 동료, 팀장, 선배, 민원인 뭐 하나 좋은게 없다.

한 문장으로 그냥 '서로 지독히 안 맞는다.'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고 거울을 볼 때의 느낌.

사이즈에 맞지 않는 바지를 기어코 입고 약속에 나갔는데, 엎친데 덮친 격으로 약속 장소가 뷔페인 느낌이다.

 

7급 이상 5급 이상 공무원은 안해봐서 모르겠는데, 9급따리는 꼼꼼하고 완벽주의 성향이면 괴로워 죽는다.

엉성하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큰 틀을 바꿀 수도 없는 9급은 눈 앞의 민원인이나 잘 달래면 그만인게 현실이다. 시스템에 불만을 가져서는 여러가지 본인의 정신적인 손해만 키운다. 뭔가 더 잘 만들어 나가고 싶으면 9급 하지마라.. ㅠ 행정고시, 7급 보든지... (몇년 다니면 7급 달긴 한다. 근데 그동안 머리와 정신이 썩는다.)

나름 공직에 꿈을 갖고 들어오는 사람들은 다 실망한다. 어느 회사를 가도 구멍가게처럼 돌아가는건 마찬가지지만, 공무원은 다를 줄 알았던 당신!! 꿈깨라.. ㅠㅠ

 

크리에이티브한 사람도 돌맞는다. 충주시 공무원은 특별하고 소중하고 특출난 케이스다.

상명하복(=상관이 말하는데 으딜 대들어!) 공무원 조직에서 거의 있을 수 없는 일...? 판타지..?

 

하여간, 아침에 출근할 때 부터 점심 때 밥먹는데 밥 한알한알이 목에 걸리는 느낌, 집에 와서 먹는 저녁도 쥐약 먹는 것 같고, 잠에 들기까지 매우 어렵고, 악몽에 시달리고, 아침에는 눈 뜨기 싫어 죽겠는 생활이었다.

 
공시생, 공무원 절망편. 암울하지만 꾸역꾸역 답을 찾아가다.

어쨌든 합격했고, 어쨌든 현직에서 웬만큼 해볼 업무 조금씩 다 해봤다.

결과는 어떻게 보면 절망이라 절망편이지만..

아무튼 내가 여태 해왔던 것들이 쓰레기는 아니기를,,하는

나는 실패 했지만 이 경험담이 누군가에게는 가치를 가지기를 바라는

모종의 보상심리를 엔진삼아 공시생시절부터 현직생활까지의 글을 조금 써 보겠다. 

(라떼는 공단기 프리패스사서 열공하던 분위기였는데..공무원 요즘 인기 없다더라. 인기 없는게 딱 맞을 직장이다.)

 

퇴직금이라든지 실업급여(못 받습니다)라든지... 얘기할 건 많지!

그럼 안녕! 또 만나~